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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만 고집 않겠다… 다시 종이책을 찍는다

2024.08.06 14:02

■ 아날로그 독서경험 주는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e북으로 출발 뒤

자체 출판사 설립해 책 출간

리디, 180여 편 속속 책으로


예스24, 종이책 펀딩 진행

‘씨 유 어게인’ 341% 달성

“소장욕구·출판사 니즈 충족”

 

2007년 전자책의 등장은 출판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무서운 확장세로 성장한 국내 플랫폼들은 순식간에 전자책을 

하나의 독서 형태로 만들었고 향후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낳았다. 실제로 전자책을 읽는 독자는 전체 인구의 

19.4%에 달하고, 대표적인 플랫폼 밀리의서재의 이용자는 100만 명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최근 전자책 플랫폼들이 

주목하는 건 다름 아닌 ‘종이책’이다. 전자책에서 시작한 이들이 종이를 찾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밀리의서재는 지난 2016년 ‘전자책 플랫폼’으로 출발한 기업이다. 출판사 약 2000곳과 제휴를 맺고 15만 권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는 밀리의서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종이책 출간·제작에 힘쓰는 종합 독서 플랫폼이 

됐다. 지난달 밀리의서재에서 개편해 출시한 종이책 정기 구독 서비스 ‘밀리 컬렉션’만 살펴봐도 그렇다. 매달 밀리의서

재가 선정해 제작한 두 종의 한정판 종이책 중 한 권을 배송해주고 전자책과 함께 구독한다면 구독료 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전자책과 종이책을 더불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밀리의서재는 타 

출판사와의 협업이 아닌 자체적으로 출판사 ‘오리지널스’를 설립해 종이책 출간까지 나섰다. 지난해 8월 첫 종이책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에 이어 올해는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에서 연재한 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를 출간했다.

 

이인석 밀리의서재 출간사업팀장은 “종이책을 보는 독자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방식에 맞출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며 “전자책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전자책만을 고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

했다.

 

리디 또한 전자책 플랫폼에서 시작해 최근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리디는 자사의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종이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21년 시작된 ‘우주라이크소설’ 프로젝트를 통해서 소설가 

심너울, 이미예, 조예은 등 90여 명의 작가가 쓴 180여 편의 작품을 플랫폼에서 선보인 리디는 지난달부터 종이책으로 

내놓겠다는 계획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일찍이 전자책과 종이책의 시너지에 집중한 곳도 있다. 바로 온라인 대형 서점 ‘예스24’에서 지난해부터 주력하고 있는 

예스24 오리지널 시리즈다. 전용 e북 리더기 ‘크레마’를 필두로 전자책 유통을 하고 있는 예스24는 자체 플랫폼인 

크레마클럽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연재한 후에 종이책 발간을 이어가고 있다. 출간 전에는 전자책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종이책을 발간한 후에는 작품에 관한 관심과 홍보 효과도 연장된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5월 김지윤 

작가의 ‘씨 유 어게인’은 예스24 오리지널 연재와 함께 종이책 펀딩을 진행해 하루 만에 목표액을 넘었고 최종 341%의 

높은 펀딩 달성률을 기록했다.

 

예스24의 배성언 크레마클럽팀 담당자는 “오리지널이 종이책 발간까지 이루어지는 것은 ‘인상적인 책을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수요와 출판사의 종이책 판매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다양한 플랫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종이책은 여전히 국내 출판시장의 근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올해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종이책 독서율은 32.3%로 여전히 다수다. 전자책이 향후 출판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지만, 이 팀장의 말처럼 현재 출판계의 고민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냐의 구분보다는 공감되는 큐레이션, 개선된 독서 경험을 통해 독서 인구와 독서율 자체가 증가해서 

출판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e북 뜨니 종이책도 뜨네… 출판계 새로운 흥행공식

 

‘선 전자책, 후 종이책’은 어느덧 출판계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K-힐링소설’의 인기를 이끈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왼쪽 사진)과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오른쪽)가 있다.

 

이 중 김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전자책으로 공개된 후 ‘입소문’에 힘입어 종이책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상징적인 

사례다. 2021년 4월 출간된 책은 2개월간 미미한 호응 속에 밀리의서재를 통해 전자책을 출시했고 이후 전자책 형태로 

소설을 접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종이책이 역주행했다. 2022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소설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아몬드’에 이어 2000년대 이후 100만 부를 돌파한 세 번째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황 작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전자책으로 출간된 후 독자들의 요청으로 종이책이 나와 베스트셀러로 직행했다. 2019년 밀리의

서재를 통해 공개된 작품은 독자들이 종이책으로 읽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출판사 클레이하우스를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

됐다. 이후 해리포터 시리즈로 알려진 영국 출판사 ‘블룸즈버리’에 판권이 팔려 영문판이 출간되는가 하면 올해 일본 서점 

대상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에 힘입어 전자책 플랫폼은 최근 종이책 출간에 앞서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책 플랫폼에서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종이책 출간 후에도 더 큰 판매와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예스24 오리지널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는 배성언 담당자는 “출판사는 출간 전 홍보를 통해 잠재 구매

자에게 긴 호흡으로 작품을 노출하며 종이책 출간 후에도 베스트셀러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며 “독자들에게는 종이책

으로 만나볼 수 없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일보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입력 2024-08-06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