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반기는 ‘과시용 독서’ 붐…정착·확산 위해선
'텍스트힙' 문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더 커진 관심
SNS를 통해 독서 감상을 인증하고, 나아가 모임을 통해 이를 나누는 등 ‘텍스트힙’(독서하는 것이 멋지다)는 문화가 확산되던 중,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그 범위를 확장하는데 기여 중이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 대신 “문과라서 자랑스럽다”는 말이 생겨날 만큼, ‘문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현재, 이 흐름을 정착·확산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강 작가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독자들이 책을 사기 위해 서점 앞에 줄을 서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이후 한강 작가의 책들은 수일 만에 품절 됐으며, 이 흐름을 타고 K-문학의 매출도 급상승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한강 작가의 도서를 제외해도 ‘국내도서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작가의 책을 주문하면서 함께 산 소설 1위는 양귀자 작가의 ‘모순’으로 노벨상이 발표된 지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421.1% 판매가 급증했고,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후보로 오른 도서들도 함께 관심을 받았다. 2024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17배 판매가 증가했으며,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된 ‘철도원 삼대’는 257배 판매가 급증했다.
무엇보다 ‘책’, ‘독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소식이 이어져 반가움을 자아낸다. SNS에서 글 또는 영상을 통해 책 읽은 후 감정을 공유하고, 독서모임을 통해 적극적인 독서활동을 이어가는 등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텍스트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독서’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강 작가의 책을 든 독자들이 서울야외도서관으로 몰리는 등 한강 작가가 전한 반가운 소식이 독서 문화 확산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반가운 전망도 이어진다.
이것이 ‘과시용 독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출판계는 ‘과시용 독서’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에서는 젊은 층이 SNS에 한강 작가의 책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독서 모임을 하는 장면 모습이 표현됐는데, 이때 참석자들이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적어도 육식주의자는 아니겠구나”, “저는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에 걸맞은 소설가라고 생각을 해요. 소설이 영어로 Novel이잖아요” 등의 발언을 하는 모습으로 ‘과시용 독서’를 우습게 표현했다.
그러나 일부 출판사들은 ‘과시용 독서를 위한 리스트’라며 두꺼운 책 혹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의 책들을 소개하며 ‘유쾌하게’ 과시용 독서를 향한 조롱을 반박했다. ‘이런 큐레이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도 ‘과시용 독서에 적합한 책’을 소개하는 등 재치 있는 홍보에 젊은 층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문제는 지금 쏟아지는 관심을 잘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서점 관계자는 “젊은 층의 놀이 문화에 발을 맞추기 위한 이벤트 기획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좋은 책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책의 매력을 체감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짚었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2024.10.29 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