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도서’ 서비스가 수렁에 빠진 3가지 이유
최근 애플이 애플 도서 앱(Apple Books)을 통해 올해 최고의 책을 홍보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애플이 아직도 책 판매에 신경을 쓰나?” 사실 애플이 이렇게 겁내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10년 전 애플은 전자책 가격 담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 실패는 여전히 애플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려는
시도뿐 아니라 미래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애플에 대한 판결은 결국 시장의 가장 큰
업체인 아마존의 독점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10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아마존이라는 거물에 효과적으로 도전해 승리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단, 지금처럼 이 시장에 발을 살짝 담그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과감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애플 도서 앱의 문제
최근 필자의 책 읽기 대부분이 전자책이라는 사실은 필자도 놀랄 정도다. 종이책도 물론 좋아하지만, 집안 곳곳을
차지하기 시작하니 감당이 안됐다. 게다가 아무 때나 집어들 수 있는 전자책의 이 '즉각적인' 만족감을 종이책이
이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전자책으로 선회한 이유는 내 책장에서 읽을 수 있는 저작권 없는 무료 전자책이라는
광활한 대지로의 접근권이다. 리비(Libby) 앱을 다운로드하면 킨들이나 코보(Kobo) 전자책 리더기에서 무료 전자책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읽고 싶은 책을 대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참고로 대기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출판사의 도서관 라이선스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료 전자책 활용 관련해서 애플 도서 앱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애플 도서 앱도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리비 앱에서 직접 책을 읽거나 킨들로 전송하면 된다. 다른 곳에서 읽기 위해 어도비의
끔찍한 디지털 에디션의 판본 보호 포맷인 ePub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장애물 경주처럼
많은 단계를 거치고 거쳐야 한다. 이 부문에서 가장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코보다. 도서관 계정을 코보
리더기에 연결하면 대여한 책이 바로 전자책 리더기에 나타난다.
필자는 애플이 매우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본다. 아마도 독서 앱으로써 애플 도서와 수익 창출 서비스인 애플
도서 사이의 이해 충돌이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자를 개선해야 궁극적으로 후자가 좋아진다는 점이다.
도서관에 연결할 방법조차 없으면 책읽기를 즐기는 많은 사람이 애플 도서의 소비자가 되기는 커녕 애플 도서 앱을
열어보지도 않게 된다.
DRM의 문제
애플 도서 앱의 스토어 경험 자체도 문제다. 16년 전 필자가 맥월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당시 가장 뜨거운
화제는 급성장하는 온라인 음악 시장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암호화된 상태의 노래와
앨범이 엄청나게 판매됐다. 오직 인증된 하드웨어에서만 구매, 실행할 수 있었으므로, 합법적으로 구매한 음악을
어느 기기에서든 듣고 싶어하는 사용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해적판이 횡행할 것을 두려워한 음반사는 전혀
보호막을 거둘 생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당시 필자는 DRM 폐지가 음반사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 없어 보였던 시나리오가 놀랍게도 그대로 적중했다. 애플과 아마존 같은 큰 업체가 실제로 DRM
없는 음악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애플에서 노래를 개별 구매할 수 있었다면 여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으로 더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돼 버렸다.
다시 전자책을 보자. 현재 전자책은 거의 대다수가 DRM으로 보호돼 있다. 즉, 구매자는 여전히 한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책을 옮길 수 없다. 애플 도서에서 구매한 책을 킨들에서 읽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DRM 사용은 유통업체와 출판사 모두의 선택이다. 대부분 인터넷 서점에서는 출판사가 책을 DRM 없이 판매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애플 도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애플의 경우 구매한 책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구매한 전자책은
맥의 복잡한 ~/Library/Containers/com.apple.BKAgentService/Data/Documents/iBooks/Books 폴더에 저장되고 파일
명은 무작위로 부여된 숫자열이다. 구매한 책이 DRM 전자책인지 아닌지도 알기가 어렵다. DRM 없는 전자책을
구매해서 맥에서 전자책 파일을 찾아낸다고 해도 다른 앱이나 기기가 읽을 수 있는 포맷으로 바꾸는 것도 일이다.
일반적으로 특수 유틸리티로 ePub 파일을 압축 해제하는 별도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용자
'적대적' 경험이며, 결론적으로 애플에게 어떤 이점도 없다.
이는 오히려 애플이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할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 음악 시장에서 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출판사에 DRM이 없고 쉽게 옮길 수 있는 전자책을 펴내라고 압박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하면 해적판이 횡행하게 될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자책 해적판은 이미 드물지 않고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사용자 특히 책을 구매하는 이들은 가능하다면 합법적으로 출판된 책을 사려고 한다.
불법적인 대안이 약간 존재한다고 해서 범죄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결국 현재 모습은 어떤가? 킨들 북 앱을 다운로드하면, 킨들 전자책 리더기나 웹에서처럼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에서 킨들 앱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반면 애플의 전자책은 영원히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하도록 잠겨 있다.
사용자가 애플 도서 앱에서의 전자책 구매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문제
이런 상황은 마지막 문제로 연결된다. 바로 책읽기 경험이다. 애플 도서 앱은 지금도 훌륭하지만 아이패드, 아이폰,
맥에서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전자책 리더기는 더 훌륭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사실
만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시대에도 계속 인기를 얻고 있는 몇 안 되는 단일 카테고리 기기다.
필자 역시 아이패드를 좋아하지만, 아이패드로는 거의 전자책을 읽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킨들이나 코보 같은
전자책 리더기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 머리 위로 11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얼굴에 떨어뜨리지 않고
들고 있어 보라. 아마도 보호안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한, 대다수 전자책 리더기는 아이패드보다 훨씬 전력 효율적
이다. 몇 주 동안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 또 아이패드보다 확연히 저렴하다.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는 훌륭하지만
전자잉크 화면은 자연광이나 침대 머리맡에서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독서하기에 훨씬 쾌적하다. 눈에 더 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앨런 케이의 오래된 격언을
가슴에 새겼다. 그러나 책에 대해서는 아이패드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그렇지 않다.
애플이 별도의 전자책 리더기를 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전자책 시장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
한다면, 애플 하드웨어가 더 좋은 독서 기기가 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
장황하게 말했지만 사실 애플은 전자책 시장에서 그저그런 업체다. 이는 필자가 직접 증명할 수 있다. 필자는 책을
여러 권 냈는데, 일부 책은 기존대로 대형 출판사를 통했고 또 일부는 독립 출판 형태로 발간했다. 이런 경험이 절대
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전자책 서점에서 직접 출판해 경험에 비추어ㄷ 보면, 애플 도서 앱이 전체 책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필자의 책이 애플 생태계라는
편중된 독자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책 일부는 애플 도서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아도 애플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애플은 아마존의 독점에 도전할 만한 여력이 있는 얼마 안 되는 기업이다. 과거에 직면했던 법적 문제 때문에 지금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아직도 이 시장에는 엄청난 기회가 남아 있다. 게다가 오히려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시장
점유율이 이렇게 적은데, 잃은 것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나?
Dan Moren|Macworld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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