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학사회-종이책 벗어난 책읽기 :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책을 안 읽는 걸까?
2분기 청년 도서 구입 거의 없다는 통계
이 세대 독서 30%인 전자책 고려 안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독서열 낮지 않아
도서 영상·동아리 등 다른 독서 접근법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의 여름은 절기상 가을이 시작된 지점이 지나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얇은 천과 반소매의 옷을 걸치고 햇빛을 피해 다니기 바빴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기
온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건 물론, 일교차가 큰 탓에 긴소매 외투를 챙겨 다니곤 한다. 다양한 변화가 우리를
찾아왔지만, 그중에서도 코끝에 닿는 차가워진 공기로 비로소 가을이 찾아왔음을 느끼게 된다. 보통 가을은
선선한 날씨와 따스한 햇볕 덕에 독서의 계절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기에 가을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독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세우는 신년 목표 중 독서가 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바쁜 현실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한 해를 보내온 날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할 날이 더 적은 10월이 되어
서야 다시 신년 초에 약속했던 다짐을 떠올리곤 한다.
실제로 어느 계절보다 가을에 도서관이나 서점과 같이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개강을 하고 한 달이 지난 10월에는 모두가 약속한 듯이 도서관으로 몰려든다. 그렇기에 도서관
은 학생들로 인산인해다. 도서관의 문을 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앉을 자리가 없어 아쉬움을 가지고 발걸음
을 옮기는 학생도 보인다. 물론 이들은 독서가 주목적은 아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중간고사에 대비하고자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 때문에 시험 기간이 지나면 공부방이 되어줬던 도서관은 빈 자리로 가득하다.
2030 청년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꾸준히 나왔다. 특히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도 주장에 큰 힘을
실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주가 30대 이하인 가구의 서적 지출 비용은 9033원으로 1만 원을 밑
돌았다. 해당 통계가 공개되며 여러 SNS에서는 이를 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구입비가 줄었다는 건 책
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탓에 읽지 않는 것이다'라는 주장과 '전자책으로 독서하는 비율도 늘어났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통계로 청년 세대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으로 나뉘
었다. 해당 통계에서 전자책 소비가 집계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현재 전자책 소비는 게임 콘텐츠 등과 함께
'문화 서비스 지출'로 집계된다. 코로나 팬데믹 속 빠르게 성장한 전자책 시장 규모를 참고했을 때, 전자기기
에 익숙한 청년 층의 독서 비율은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를 기록했으나 20대 청년층의 독서율은 78.1%로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다. 해당 독서율은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한 권 이상 읽거나 들은 비율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지난 1년 동안 전자책(교과서·학습
참고서·수험서 제외, 웹소설 포함)을 '한 권 이상 읽었다'는 성인의 비율은 19.0%였고, 2030 세대의 전자책
독서율이 3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를 참고했을 때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도 많은 청년이 다양한 방식
으로 서적 소비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주로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어오고 있을까?
◇종이책 대신 전자책으로
청년 ㄱ 씨는 휴대전화로 전자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웹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나 인문학을 비롯한
여러 서적도 가리지 않는다. "휴대전화로 전자책을 읽게 될 경우에는 오프라인으로 독서했을 때보다 언제,
어디서나 보기도 편하고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더불어 전자책의 경우에는 글의 간격이나 글씨 크기,
화면 밝기 등 읽기 환경을 조절할 수 있으니 더 가독성이 있다.“
ㄱ 씨는 전자책으로 독서하는 걸 좋아하여 이북 리더를 구매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북 리더의 버벅거림
이나 작동 방식 등에 불편함을 겪은 이후, 휴대전화나 아이패드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한다.
"이전에는 전자책 시장이 크지 않은 탓에 플랫폼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적었는데, 최근에는 신간도 바로
내려받아 볼 수 있어서 좋다. 또한 학교에서 운영하는 전자도서관에 가입하여 원하는 서적을 무료로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원하는 책의 경우에는 훼손이나 오염으로 읽기에 꺼려지는
점이 있지만, 전자책은 그렇지 않다.“
현재 ㄱ 씨의 휴대전화 속에는 다양한 독서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다. 각 목적별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달리하여 다양한 서적을 동시에 소비하는 중이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좋은 책을 접할 방법이 있으니, ㄱ 씨는
웹소설 같은 특정 플랫폼 독점 공개 글이 아니라면 서적 구매에 큰 돈을 소비하지 않는다. 실제로 대학 도서관을
제외하고도 여러 도서관에서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용을 원한다면 인근 도서관의
홈페이지를 참고해 보는 게 좋다.
◇유튜브로 빠르게 내용을 습득
청년 ㄴ 씨는 계속해서 언급해 왔던 2030 세대의 문해력 이슈에 충격을 받고 올해부터 많은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는 집중력에 한 장을 넘기지 못하고 표지를 덮고 만다. 그렇게 책과의 거리 두기를 이어가던
와중, ㄴ 씨의 알고리즘에 독서 영상이 뜬 이후로 독서를 영상으로 대체하고 있다.
"SNS를 보면 영화 3분 요약 같은 영상이 많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 전부를 읽지 않아도 영상을 통해 내용을 보면
되니 편하다. 물론 영상이 흥미로웠다면 직접 책을 구해서 읽는 경우도 존재한다.“
ㄴ 씨는 길지 않은 영상 분량 덕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시청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영상 시청이 제대로 지식
습득의 형태를 가지지 못하는 건 잘 알고 있으며, 영상은 독서가 가지는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 사용 중이라 하였다. ㄴ 씨의 말에 따라 유튜브에서 책 제목을 검색했을 때 내용을 요약하거나 소개하는
영상을 쉽게 보게 된다. 또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으로 보아, 많은 이들이 독서를 위한 방식 중 하나로
영상을 이용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독서에 흥미를 높이기 위하여 ㄴ 씨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독서 동아리나 토론 모임에 자주 참여한다.
특정 도서를 읽은 뒤에만 동아리원과의 활동이 가능하니 스스로 책을 읽도록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주로 학교 커뮤니티나 대학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동아리를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유명한 동아리의 경우
에는 면접을 통해 선발되는 경우도 있다.“
ㄴ 씨의 사례를 뒷받침하는 듯,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도 동아리원을 모집하거나, 동아리의 유무를 묻는
게시글이 자주 올라온다. 이렇게 전자기기가 아닌 종이책으로 활자를 읽어내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은
여러 방식을 동원하여 책과 친밀감을 쌓으려 노력 중이다.
"확실히 영상 시청으로 책을 봤을 때보다는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하며 책을 접하는 방식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ㄴ 씨는 영상 시청을 할 때나, 스스로 책을 읽을 때에는 흥미로운 것만 골라서 읽었다. 그러나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하게 된 시점부터 여러 장르의 책을 골고루 읽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하는 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독서하는 인구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봤을 때 사람들은
일상이 너무 바쁘고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를 접한다는 이유로 독서할 시간이 없다. 그렇기에 성취까지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독서보단 SNS나 동영상을 보는 게 더 흥미롭다. 그런데도 독서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며, 다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가슴 한편에 죄의식처럼 느껴졌던 독서, 이번 가을에는 종류와
방식에 관계 없이 책부터 펴보는 건 어떨까.
[경남도민일보] 정유정 시민기자 (webmaster@idomin.com) 2023-10-10 15:46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