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불붙은 `전자책 할인전쟁`
교보·예스24·리디 80~90% 할인
90일간 대여해주는 이벤트 경쟁
100원에 빌려주는 파격적 세일도
정가제 둘러싼 갈등 불씨는 여전
코로나19는 책을 사고 읽는 습관까지 바꿨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집콕` 생활로 책 구매가 활발해졌고, 특히 전자책을 읽는 독자가 크게 늘어났다.
교보문고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자책 매출이 2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전자책 서점들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세라 물이 들어오자 노를 열심히
젓고 있다.
초여름 서점가에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리디북스는 6월 한 달간 `밤도둑 대여점` 할인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무더위 속 야심한 밤을 함께
하기 좋은 장르 소설을 대거 7일 동안 1900원에 빌려주는 행사다. 결제한 독자에게 950원은 캐시백을 해주고, 1회에 한해 이 금액을 100원으로
깎아주는 바겐세일도 함께한다. 전자책 정가 1만원 안팎의 책을 86%까지 할인해 읽을 수 있는 기회다. 100원 이벤트까지 더해지면 할인율은 99%
까지 내려간다. 의문의 연쇄 실종 사건을 다룬 하승민 작가의 화제의 신작 소설 `콘크리트`와 같은 신작도 대거 만날 수 있다.
황금가지 출판사는 "신인 작가의 신작이어서 할인 이벤트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노출되면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좀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당 1900원 매출은 출판사와 서점이 나눠 갖고, 100원 할인 이벤트에 드는 비용은 리디북스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의 할인율도 파격적이다. `오구오구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 매주 2권씩 전자책을 선정해 90일 동안 정가를 5900원으로 할인하고, 5000원을
돌려주고 있다. 1만원 안팎의 책을 약 90% 싼 900원에 읽는 셈이다. 6월 첫째주 예스24는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등 인기 여성 작가들의 소설집 `
나의 할머니에게`와 정민지 작가의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등 신작을 이벤트 도서로 공개했다.
교보문고는 존 르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김시덕의 `갈등도시` 등 인기 도서 수십여 종을 단독으로 종이책 정가 대비 80%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전자책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라 정가의 10% 이상 할인은 불가능하지만, 90일 미만의 대여 도서 가격에 대해서는 제한 조항이 없어서 대여
방식을 통한 할인은 자유롭다. 게다가 전자책 서점 `빅3`는 모두 1만원 안팎의 무제한 월정액제 구독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쟁이
심화되면서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 경쟁을 벌여왔다. 따라서 최근 할인 전쟁은 전자책을 주로 읽는 `집토끼`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 배기식 리디북스 대표는 "리디셀렉트를 이용하는 독자들이 책을 구매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며, 심지어 전자책 단말기까지 이용하는
독자는 일반 독자보다 구매액이 3배가량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1월 말 현행 도서정가제 일몰을 앞두고 개정을 요구하는 출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같은 독자들을 위한 할인 전쟁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도서정가제로 전자책 시장이 많이 견제받아서 시장 자체가 많이 죽은지라 정말 다양한 프로모션을 생각하게 되고 할인
이벤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자책 시장은 독자층도 다른 편이고, 독자들이 할인에 민감하게 반응해 마케팅에 유리한 면도 있다. 도서정가제가
강화돼 시장에 악영향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입력 : 2020.06.07 17: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