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시한 도서정가제…불붙는 찬반 논란
"도서정가제 폐지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지난달엔 국회에서 개선 방안 토론회
오는 2020년 도서정가제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찬반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동네 서점과 작가를 보호해 양질의 저작물을 내놓게 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대안 마련 없이 소비자들에게 모든 가격 부담을 전가하는 어리석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도서정가제 폐지' 논란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도서정가제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이날 오전 현재 하루 만에 약 2만 4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책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입장으로서는 도서정가제가 단통법이 되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도서 정책은 책 읽기를 권장해야 하는데
책의 할인율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오히려 책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찬성측이 근거로 드는 외국에서는 오래된 책 할인, 저렴한 문고본 출간 등 이미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핸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면서 "뚜렷한 대안도 없이 동네서점을 살린다며 시행하는 도서정가제는 동네서점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까지 부담을 전가하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 11월 연장 여부 재논의…찬반 '팽팽'
도서정가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내년이 도서정가제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는 해라는 점에서 대안 논의가 가열될 전망이다. 도서정가제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시행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22조 4항 '간행물(도서)을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5항에는 '가격할인은 10퍼센트 내외로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둬 할인율을 제한했다.
당초 이 법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진행되는 한시적인 법안이었지만, 출판계와 서점·소비자단체가 현행 제도를 3년간 더 유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2020년 11월까지 연장 시행되게 됐다. 시행 당시에도 찬반 논란이 많았던 만큼 2017년에도 제도의 존속 여부를 놓고 대립했지만, 양 측이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며 추이를 관망하기로 한 발 물러서 논의는 2020년으로 연기됐다.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쪽은 저작권자(작가)·출판사 등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 양질의 출판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현재도 도서 가격이 싸다고
주장한다.
이종복 서점조합연합회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출판시장의 최근 침체는 시장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던 청소년 인구의 감소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도서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싼 편이다. 만약 도서정가제가 없었다면 국내 출판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침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작가회의측 역시 같은 토론회에 참석해 "작가들을 보호해야 더욱 훌륭한 저작물들이 나올 수 있다"면서 "작가들의 권리가 훼손되는 측면이 있는데,
도서정가제가 가져온 출판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작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다. 양질의 저작물로 보답한다면 소비자들 역시 양해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도서정가제로 인해 가격 혜택이 줄었고, 소비자 선택권도 없어졌다"
라면서 "기대만큼 도서정가제의 시행효과 가 없다. 할인폭 고정은 출판사들의 암묵적 담합으로 이어지므로 가격경직성이 높아졌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가격이 고정되면 소비자들이 굳이 동네서점을 찾기보다는 고객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대형 서점·온라인 서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높다고 판단해 출판업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면, 시장 전방위적으로 축소가 일어날 텐데 이를
동네 서점이 견딜 수 있겠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4월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출판사 상위 69개사의 2018 영업이익은 7.4% 감소했으며 5곳 중 1곳은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온라인 3대 인터넷서점(예스 24·인터파크서점·알라딘)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전자책, 중고책 예외 놓고도 이견
전자책과 중고책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 기준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논란거리다. 현재는 전자책의 경우 장기대여 형식으로 구매할 경우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고, 중고책도 6개월이 지났을 경우에는 새로운 책이 아닌 것으로 분류돼 '신간 서적'에만 적용되는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전자책과 중고책이 도서정가제에서 비켜서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전자책을 최장 50년까지 대여해 사실상 영구 보관할 수 있게 하는 '대여
할인', 새 책을 중고 책으로 위장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중고 할인'을 근절하기 위해 전자책과 중고책에게도 도서정가제를 확대 시행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독서량이 줄어드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전자책과 중고책에 대한 도서정가제 일괄시행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도서 접근성'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17일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설문조사 결과 전자책 사업자는
도서정가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내놨다"면서 "대여나 구독 등의 방식으로 판매하는 콘텐츠는 도서정가제 적용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가격
제도의 선택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지난 2018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65)은 "도서 정책의 기본방향은 책 읽기를 권장하는 쪽이어야 하는데 현행 도서정가제는
국민들의 책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독서 인구를 끌어올리고자 한다면 심도 있는 논의와 제도 점검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 2019.10.15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