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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부담스러워요"…독서를 피하는 사람들

2018.05.23 09:11

한국인 10명 중 4명, 1년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어…비싼 가격에 책 사기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 정부가 25년 만에 올해(2018)를 '책의 해'로 지정했지만 관심과 열기는 식어가는 분위기다. 

'도서정가제' 강화까지 이어지며 책값도 부담스러워졌다. 이에 독서를 포기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 최근 한국인 독서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교과서·수험서·잡지·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 비율은 59.9%에 불과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저조한 독서율의 배경으로는 '충분한 독서 시간 부족'이 꼽힌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과 학생 대다수가 '독서 장애 요인'으로 '일(학업)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성인 32.2%, 학생 29.1%)라고 답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성인의 평일 평균 여가시간(3시간18분) 중 독서 시간은 23.4분에 불과하다. 직장인 윤모씨(27)는 "잦은 야근과 회식 후 귀가하면 씻고 자기도 바빠 책을 펼 여유가 없다"며 "특히 최근에는 알고 싶은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거나 영상으로 보는 게 더 편해 책에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싼 책 가격도 한 몫= 하지만 이것만을 독서율 하락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단 지적도 있다.  

책을 멀리하게 된 배경에 부담스럽게 비싼 책 값은 물론 각종 규제도 한 몫 한다는 것이다.

 

'도서 정가제'(건전한 출판 유통을 위한 자율협약)가 대표적이다. 서점이 임의로 할인율을 정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로 2003년부터 시행됐다. 2014년부터는 모든 책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해 왔다. 최근 출판계와 서점, 소비자단체 등의 합의에 따라 2020년까지 연장 시행하기로 결정됐다.

 

일각에서는 들쭉날쭉한 도서 할인을 막고 도서 가격이 안정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책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출판인회 설문에 따르면 일반 물가에 비해 도서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은 59.2%에 달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도서 구입 권수가 감소했다고 답한 소비자도 31%에 달했다. 

 

평소 자주 서점을 찾아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한다는 직장인 배모씨(30)는 "책 3권만 골라도 5만원 넘게 지불해야 할 때가 있다"며 "정가 자체가 너무 비싼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독서 막는 '도서정가제'?= 설상가상으로 중고 책 시장과 전자책 시장까지 이용 제한이 늘었다. 지난 3월 출판·유통업계가 합의한 새로운 시행세칙에 따르면 중고도서의 경우 신간 발행 후 6개월이 지나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전자책 장기대여 서비스 이용기간도 대폭 줄었다. 기존 할인된 가격에 10년에서 최대 50년까지 전자도서로 책을 빌릴 수 있었던 해당 서비스는 3개월로 기간이 대폭 줄었다. 도서정가제를 우회하는 '편법 할인'이라는 이유다. 이에 대해 평소 전자책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남모씨(26)는 "가격이 합리적인 전자책 대여 서비스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 왔는데 이번 조치로 전보다 독서량이 줄게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 종이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책은 독서량 상승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독서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전자책 독서율은 2015년 10.2%에서 지난해 14.1%로 오히려 증가했다. 휴대가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독서를 막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도서정가제가 원래 취지와 달리 △출판산업 활성화 실패 △도서가격 상승 △독서율 감소 △전자책 시장 위축 우려 의 결과를 냈다"며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18일 현재 해당 청원에는 3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이에 대해 "도서정가제가 저조한 독서율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현재 비싼 도서가격이 시민들의 독서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이어 "도서정가제 취지를 살리고 국민들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공공도서관 등 독자들의 독서 기회를 높이고 출판·유통업계가 도서가격을 낮출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공적 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05.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