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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0년 대여’ 사라진다… 최장 90일로 자율협약

2018.04.11 09:28

10~50년 동안 전자책을 장기 대여하는 상품이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리디북스, 알라딘, 인터파크도서 등 전자책 업체들이 전자책 중장기 대여를 중단할 예정이다. 

최장 90일로 대여기간 한도를 변경한다. 이는 출판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출판유통업계 자율협약’의 

시행 세칙에 따른 것이다. 밀리의서재 등 월 단위 결제 대여 상품은 이번 협약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자책 장기대여 상품은 지난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시행 이후로 등장했다.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전자책도 종이책과 동일하게 정가에서 

15%이상 할인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전자책 업체들은 이를 우회하기 위해 10년 이상 장기 대여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다. 

10년 이상 대여는 사실상 판매와 비슷한 효용을 주지만, 판매와 달리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리디북스는 지난 2015년 ‘대국민 독서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전 400여권을 16만원 정도 가격에 50년 대여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포인트 페이백과 전자책 단말기 이벤트도 참여하면 7만원으로 총 900여권을 구매할 수 있었던 이벤트였다. 

 

이후 많은 업체들이 정가의 50~90%에 가까운 할인율이 적용된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편법’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으나, 도서정가제 자체의 불합리 및 전자책 시장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전자책은 스마트폰과 단말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이책 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평가됐으나 현재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출판협회(AAP)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상반기 종이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으나 전자책은 오히려 20% 감소했다. 

 

전자책 인기 감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지만, 이용자들은 주로 가격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자책은 통상 종이책에 비해 10~30%정도 저렴하지만 실물이 없어 양도나 중고 재판매가 불가능하다. 

또 별도 단말기가 필요하고 업체가 사라질 경우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종이책에 비해 복제와 유통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파고든 장기 대여 상품은 전자책 시장 저변을 넓히는 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중소 플랫폼 사업자와 영세 출판사들은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자금력 있는 대형 기업의 이기주의 영업형태라고 비판해왔다. 

대형 전자책 플랫폼이 우월한 협상 위치에서 출판사에게 저가 공급을 압박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출판업계 설명이다. 

이런 갈등 상황은 수년째 팽팽히 이어져왔다. 이번 협약에서는 대형 플랫폼들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옥 한국출판인회의 자율협약 분과 위원장은 “거의 무료 배포에 가깝거나, 아주 의미 없는 수준의 대가를 받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전체 콘텐츠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자책 플랫폼 입장에서는 회원과 독자 확보 경쟁을 위해 

이런 판매 방식을 취해왔지만, 다른 출판업자나 유통하는 입장에서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다”고 자율협약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방식은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키고 출판활동을 제약시킬 여지가 있으며, 이런 문제의식들이 총체적으로 합쳐져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것”이라며 “업체 간 부당경쟁, 과도한 경쟁을 막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