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 붐 타고 다시 뜨는 오디오북
책을 읽게 하는 첨단 기술…콘텐츠 확보가 과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AI스피커가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보이스로 콘텐츠를 사용하는 패턴이
늘어나며, 음원이나 검색 등과 함께 오디오북도 콘텐츠 수요 확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천호영 커뮤니케이션북스 디지털사업부장은 “스마트 스피커가 많이 보급되면서 유저인터페이스(User Interface·UI)에 있어서 텍스트뿐만 아니라
보이스가 중요해졌다”며 “음성으로 검색하고 오디오로 답변을 듣는 형태로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는 패턴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스마트 스피커, 커넥티드 카 등 인공지능 서비스의 발달과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한 오디오클립은 네이버-라인의 AI 플랫폼 클로바 및 이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웨이브, 프렌즈와 연동됐다.
대형 플랫폼의 가세로 오디오북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걸림돌도 존재한다. 바로 제작비이다. 제대로 된 책을 읽기 위해서는
훈련된 성우가 필요한데, 성우 섭외비용은 물론 미디어를 가공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서정호 미디어창비 디지털사업본부장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AI스피커의 성장으로 디바이스 확산은 시간문제지만 콘텐츠
제작에는 여전히 장벽이 많다”며 “출판업계는 지난해부터 오디오북 제작 지원 내용을 담은 진흥책을 꾸준히 건의해 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자책 지원에 오디오북이 포함될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오디오북을 생산한 오디언과 더책.
동시에 기술의 발전은 오디오북 제작비 절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디오북은 사람 음성으로 듣는 것이지만 TTS(Text To Speech·
문자음성 자동 변환 기술)가 발달함에 따라 사람이 책을 읽어 녹음하지 않아도 오디오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호 한국출판콘텐츠 대표는 “전자책을 TTS가 읽으면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 판권정보도 포함되기 때문에 타이틀과 본문부터 읽으려면
색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오디오북 제작에 대한 표준을 만들고 전자책을 내놓을 때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둔다면 AI엔진의 향상에 따라
충분히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서정호 본부장은 “배우 유인나가 참여한 TTS 오디오북을 들어보면 어색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그래도 여전히
문학도서나 섬세한 감성이 요하는 장르에서는 어렵겠지만, 뉴스·설명문·교양서·실용서 등에서는 이미 활용 가능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네이버가 유인나의 목소리로 선보인 TTS 기술은 책의 30%를 사람이 읽고 나머지는 음성인식엔진으로 자동으로 완성되는 형식이다.
더 나아가 같은 방식으로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데이터화 해놓으면 낭독 목소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오디오북-텍스트북의 선순환 구조
TTS 기술을 적용한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그랑데’.
아직까지는 TTS를 통해 변환 작업이 대량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관련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포착되고 있다.
알라딘, 예스24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전자책 전문기업 한국이퍼브의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그랑데는 전용 리모콘 또는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스피커를 이용하면 TTS와 오디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구글플레이 오디오북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본 목차 아래로 내비게이션을 용이하게 하는 세부 목차를 자동으로 생성해 제공한다.
머신러닝 기술이 전자책(eBook)의 텍스트와 오디오북의 소리말을 구문 단위로 나눠 상호 매칭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내용의 흐름을 고려한
세부 목차와 제목을 자동으로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독서율은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해당 조사에서 책 읽기가 어려운 이유로 ‘일(학교·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성인(32.2%)과 학생(29.1%) 모두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로
나타났다. 또한 적지 않은 성인이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19.6%)’ 독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오북이 침체된 출판 시장에 새로운 반전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천호영 부장은 “한정된 시간에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책이 다른 콘텐츠에게 밀렸다”면서도 “한 번에 여러 매체를 동시 활용하는 요즘
세대에게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오디오북이 비어있던 매체점유시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디오북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로 재창조한 플러스알파가 있는 또 다른 작품”이라며 오디오북이 텍스트북의 성장 또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호 대표 역시 “오더블 영국의 독자성향 조사에 따르면 오디오북 이용자 중 39%는 전자책 혹은 종이책 독서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디오북으로 조금 듣고 맘에 들면 완독은 종이책으로 하는 등 오디오북을 통해 전자책과 종이책이 발견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고 봤다.
서정호 본부장은 “오디오북은 책을 온전히 낭독한다는 것으로도 의미 있지만, 긴 호흡의 콘텐츠를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책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거나 해석해 콘텐츠와 같이 다양화되며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출처: 더피알]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