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뮤직, 밀리의서재 인수…오디오콘텐츠 시장 확대 될까
지니뮤직의 밀리의서재 인수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튜브뮤직 등 기존 글로벌 사업자에 이어 스포티파이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국내 업체 간 마케팅 경쟁도 심화하는 만큼 구도 변화의 새로운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지니뮤직, 이달 말 밀리의서재 인수 마무리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니뮤직은 464억원을 투자해 구독형 전자책 1위 기업 밀리의서재의 지분 38.6%를 인수하고 최대 주주가 된다. 지니뮤직은 오는 30일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2017년 10월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밀리의서재는 올해 5월 기준 누적 구독자 수 350만명, 보유 전자책 10만권으로 전자책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 중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디오북 분야에서도 밀리의서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밀리의서재는 3000여 권의 오디오북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에 보유한 전자책을 활용해 매월 1000여 권 이상의 오디오북 제작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1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밀리의서재는 내년을 목표로 상장 작업도 추진 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밀리의서재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실적 기준 1500억원 이상으로, 업계 사례를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니뮤직 또한 최근 영업실적 호조가 돋보인다. 지니뮤직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1221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7.9%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음원 유통을 통한 매출이 117억20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37.5% 성장하는 등 향후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니뮤직은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오디오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연내 밀리의서재가 보유한 오디오북 콘텐츠를 AI 음악 플랫폼 ‘지니’를 통해 점차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향후 오디오북, 오디오 예능, 오디오 드라마 등 여러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 및 추가할 계획이다.
◆두 플랫폼 결합의 효과는
음원 스트리밍 환경은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와 커넥티드카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니뮤직은 이미 기가지니와 갤럭시 워치, 애플 워치, GV80 등에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지니뮤직과 밀리의서재 이용자는 다양한 환경에서 손쉽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플랫폼 간 결합으로 서비스 단가도 낮아진다. 지니뮤직은 지니와 밀리의서재를 결합한 번들형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한 가입자 락인(Lock-In)효과가 기대된다. KT의 유·무선 고객에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밀리의서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KT 외에 지니뮤직 주주사인 LG유플러스, CJ ENM 과의 다양한 협력도 추진한다. 신세계백화점과도 마케팅 MOU를 체결하는 등 서비스 접점을 확대하는 노력이 다각화하고 있다.
KT그룹과 밀리의서재 또한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는 KT는 밀리의서재를 통해 콘텐츠 흥행 가능성이 높은 IP(지식재산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국내 최다 전자책과 독자 성향 분석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성별, 연령별, 장르별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콘텐츠 제작 시 성공 가능성을 분석하고, 제휴출판사의 원작자와 협의해 빠르게 IP를 계약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KT스튜디오지니는 밀리의서재를 통해 IP를 제공받아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제작된 영상 콘텐츠는 올레 tv, 시즌(seezn), 스카이TV 등을 통해 서비스된다. KT그룹의 미디어 밸류체인의 시작을 밀리의서재가 담당하게 되며 이를 통해 KT그룹 미디어 분야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밀리의서재를 통해 서비스되는 도서들도 KT그룹 콘텐츠 생태계 속에서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영상 콘텐츠 등 2차 저작물로의 확장이 유리해진다. 2차 저작물을 접한 이용자가 책을 찾아보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KT가 가진 AI 기술(개인화 음성합성 기술)은 밀리의서재의 오디오북 제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등록된 성우뿐만 아니라 가족, 유명 가수, 캐릭터 등 다양한 목소리로 오디오북 제작이 가능하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전체 오디오 콘텐츠 시장 확대 전망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19년 25조 5530억 원이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음원 제외)은 2030년 87조46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는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의 규모가 2019년 3조1000억원이며, 2027년까지 연평균 24.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음원 시장은 2018 무렵까지 멜론이 과반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며 압도적인 지배업자로 군림해왔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구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기존에는 벅스와 소리바다 등 중소업체들에 비해 압도적인 마케팅 및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멜론이 1위 업자를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니뮤직과 플로 등 대기업들이 새로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시에 유튜브뮤직과 애플뮤직 등에 이어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진출하며 마케팅을 점차 확대해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멜론 40.3%, 지니뮤직 24.6%, 플로 18.5% 등의 순이었다.
음원시장은 오디오 콘텐츠 전체 차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를 연이어 인수하고 있고, 지니뮤직 또한 밀리의서재 인수로 이러한 경쟁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단순히 음원을 서비스하는 데 그치던 이들 기업이 아티스트 발굴 및 음원 제작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디오 콘텐츠는 동영상이나 도서, 웹툰 등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반복 소비 성향이 크게 두드러지는 콘텐츠”라며 “시장 우위 확보에 따른 효과 및 이종 산업과의 결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2021-09-19 19: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