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리디, IPO 중장기 대비
벤처투자시장 경색에도 사업확장·기업공개 준비, AICPA 우대 등 경력자 모집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지난해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벤처투자시장 찬바람은 올해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컬리, 오아시스 등 나름 몸집을 키운
이커머스 업체들조차 상장 연기를 이어갔다. 그외 벤처기업들도 신고가를 경신하던 몸값이 정체하기 시작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인 유니콘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 투자 규모보다 절반가에 매물로 나와도 새
주인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니콘마저 도산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불안감이 벤처투자시장 기저에 깔려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 점유율 1위인 리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주 투자 유치를 거쳐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보였지만 현재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전자책과 웹툰 서비스 사업 등으로 성과를 내지만 기업가치는 오히려 뒷걸음
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리디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경력을 보유한
인재를 모집하는 등 회계팀을 적극 충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계팀에서의 경력이 4년 이상 8년 이내인 사람을 뽑는다. 사업부문 결산관리 및 운영 경험이 있는 경우,
회계기준에 대한 이해 및 재무제표 작성 경험이 있는 경우가 자격요건이다.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보유했거나 엑셀 사용이 능숙한 경우 등은 우대받는다. 여기에 스타트업과 IT,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업계 등 리디와 관련된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경우,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경우도
우대사항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직무소개에서 IPO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리디 측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맞는 재무회계 프로세스를
설계해나갈 예정"이라며 "사업확장과 IPO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8년 설립된 리디는 2009년 전자책 서비스 '리디북스'를 시작으로 10년 이상 성장을 이어왔다. 국내외 전자책,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를
런칭했다.
현재 만타는 8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디는 만타를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이에 지난해 필리핀 시장에 진출하며 2023년 이후 상장 도전을 발표했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못박은 건 아니다.
다만 현재 시장은 IPO를 추진하기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벤처투자시장에서 리디 구주는 기존의
절반가에도 사려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초기 리디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들이 8000억원 전후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대부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다소 완화되면서 기존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2020년 만타 런칭 시기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실내 활동 급증으로 이용자도 늘어났으나 앞으로는 자체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느 스타트업처럼 초기 시장 진입 시 마케팅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고 시장상황도 좋지 않다"면서
"재무회계 전문가들 뽑으면서 사업확장과 IPO 등 중장기적 계획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더벨] 문누리 기자 2023-03-09 08: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