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독서 플랫폼 기업 ‘밀리의 서재’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졸업’주인공은 치열한 대치동 학원가에서 국어 교과목을 가르치는 스타 강사다. 그는 신입 강사에게 ‘내신 등급 올려줄 수 있느냐?’는 학부모 질문에 무조건 ‘네’라고 답하는 요령을 가르치다 불현듯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던 초심을 일깨운다. 국어도 암기이고 요령이 통한다고 가르치는 대치동에서 스타 강사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주인공의 심정을 생각해보라고 질문한다. 옆 친구 마음도 헤아리기 어려운데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럴 때,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써보면 어떨까. 인공지능(AI) 챗봇이 작중 주인공이 돼 독자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주인공의 선택도 이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밀리의 서재는 2016년 설립한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기업이다.‘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해 9월 기준 18만권의 도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베스트 셀러부터 최신 도서 등 다양한 도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제휴 출판사는 2,100개 이상이며, 매월 제휴 출판사와 신규 계약을 통해 월평균 1,200권 이상의 신간을 확보한다. 누적 가입자는 780만명(2분기 기준)이다.
책보다 유튜브가 친숙한 시대이지만 전자책과 오디오 북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초ㆍ중ㆍ고교생 독서율은 종이책(93.1%)과 전자책(51.9%) 각각 21년 대비 5.7%포인트, 2.8%포인트 늘었다. 성인은 종이책(32.3%) 독서율은 감소했지만 전자책(19.4%)은 오히려 늘었다. 20∼30대는 태블릿과 모바일로 학습했던 세대라 성인이 된 이후 전자책을 소비하는 인구도 많다.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 소비가 늘어나는데 맞춰 2023년부터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책을 검색하는 기능에 AI를 접목하는 형태가 아니라 독서 경험을 개선하는데 방점을 두고 차별화하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올해 4월 AI 서비스본부를 신설하고 3개월간 밀리의 서재에는 어떤 AI가 필요한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방은혜 AI 서비스본부장이 리더를 맡았다.
가장 먼저 선보인 AI 활용 콘텐츠는 ‘AI 스마트 키워드’다. 해당 서비스는 기본으로 공개되는 책 소개, 줄거리, 출판사 서평에 더해 독자들이 남긴 한 줄 리뷰를 바탕으로 키워드를 추출해준다. 단순히 소설, 독서 등 단방향적 키워드가 아닌 서술형으로 키워드를 제시한다.
방은혜 본부장은 “기존 책 소개는 책 따로 작가 따로 리뷰 따로여서 사용자가 조합해야 한다”며 “책을 읽으려면 책을 읽겠다는 결심이 첫 번째,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게 두 번째, 책을 찾아서 펼치는 게 세 번째 단계인데 여기서 생기는 선택 지연을 줄여주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AI 스마트 키워드는 밀리의 서재의 도서 상세 페이지에 노출되며 ‘몰입이 잘 되는 소설’과 같은 키워드를 제시한다. AI를 활용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마치 사람이 추천하는 것처럼 고도화하는 게 핵심이다. 연말까지 보유 도서 전체에 도입하는 게 목표다.
두 번째 서비스로 챗봇을 내놨다. 마인드로직의 페르소나 챗봇을 활용한 서비스로 작가나 책 소개를 챗봇이 맡는다. 페르소나 챗봇은 AI에 작가나 작중 주인공의 인격을 가상으로 부여하고 내용을 학습시켜 직접 채팅하는 서비스다. 첫 작품은 김지윤 작가의 ‘모녀의 세계’였다. 김지윤 작가의 강연 내용, 목소리를 학습해 구독자가 마치 작가와 대화하듯 책 내용에 대해 나눌 수 있다. 밀리의 서재는 마인드로직 기술을 활용해 시범 운영한 후 앞으로 자체 개발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방 본부장은 “밀리의 서재는 종합적인 독서 행위를 지향하는 플랫폼으로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중 인물과 대화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고,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대화 맥락에 따라 다르게 답하고 반대로 사용자에게 질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서비스는 ‘AI TTS(Text To Speech)’다. 쉽게 말해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책에서 출발한 기술로 기존에는 단순 기계음으로 글자를 들려주는 기능에만 충실했다. 또 기존 오디오북은 성우가 직접 책을 읽어 녹음한 파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파일 제작과 구독자의 다운로드가 필요했다.
밀리의 서재가 선보인 AI TTS는 텍스트를 바로 사람의 음성과 유사한 형태로 변환한다. 인공지능 전문기업 셀바스AI의 온디바이스 AI 음성합성 솔루션 ‘Selvy deepTTS On-Device’를 적용한 것으로 기존 TTS와 동일하게 오디오북 파일별로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이용 가능하다. 기본 목소리는 남성 2종, 여성 2종으로 총 4종이다. 사람이 글을 읽을 때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들숨과 날숨까지 구현한다.
방 본부장은 ‘상황에 따라 책읽기를 중단하게 되는 것도 독서의 장벽”이라며 “이동 중에는 뷰어 안에 있는 TTS 기능을 선택해서 읽던 지점부터 음성으로 전환해 듣다가, 다시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읽기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리의 서재는 올해 1분기 매출 1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늘었다. 기존에 투자했던 B2BㆍB2BC 사업, 오리지널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종이책 판매 등으로 다각화한 성과다. 2분기부터 선보인 AI 활용 서비스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밀리의 서재 연혁>
2016년 07월 밀리의 서재 설립
2017년 10월 국내 최초 월정액 구독 서비스 정식 오픈
2018 07월 무제한 서비스 개시
2019년 12월 구글플레이 선정 올해를 빛낸 앱 자기계발 부문 최우수상 수상
2020년 12월 새로운 독서 지표 ‘완독지수’ 개발
2021년 12월 구글플레이 ‘2021년 올해의 앱’선정
2022년 10월 오디오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공개
2023년 05월 영상형 독서 콘텐츠 ‘오브제북’,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론칭
2023년 08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나는 왜 자꾸 내탓을 할까> 첫 출간
2023년 09월 코스닥 상장
2024년 04월 AI 서비스 본부 신설
2024년 05월 AI 스마트 키워드 개시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문수아 기자 moon@dnews.co.kr 2024-09-12 05: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