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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쌓인 먼지 '툭툭'...아날로그를 꺼내다

2017.11.29 09:40

지난 9월 부산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 문을 연 예스24의 여섯 번째 중고서점 ‘F1963점’. 

이곳은 국내의 각기 다른 온라인 사업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예스24·야놀자가 손잡고 선보인 오프라인 서점이다. 

주말에 F1963점은 방문자가 5,000명 이상 될 정도로 발 디딜 틈 없는 부산의 ‘잇플레이스’로 통한다. 활자인쇄 과정부터 전자책까지 

책·출판 관련 정보를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어 학생들의 견학장소로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의 절대강자들이 이처럼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디지털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뭘까. 손에 잡히는 사물과 경험이 사라져가는 디지털 영역에 피로도를 느낀 사람들이 

값을 매길 수 없는 경험과 소통의 아날로그 세계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속도·완벽함·명민함·실리에 반기를 든 아날로그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계량화할 수 없는 풍성함과 교감·소통, 느려서 효율성이

떨어져 더 즐거운 ‘경험’에서 희열을 느끼는 아날로그 방식을 찾는 밀레니얼들의 등장이 배경이다.  

 

리처드 오제코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 같은 아날로그 회귀현상에 대해 “디지털 시대의 덧없음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차갑고 이성적인 디지털 기술에 둘러싸인 그들은 오히려 촉각적이고 휴머니즘적인 경험을 갈망하며 소통과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록할 때는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이 펜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조명되는 아날로그 트렌드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대형서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책 시장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만 같았던 전자책은 30% 정도의 시장점유율에서 성장세를 멈췄다.

 

우리나라에서도 LP판·카세트·다이어리노트·필름카메라 등 구닥다리 제품들이 다시 각광 받고 있다. 느려서 매혹적인 로맨틱한 아날로그

 문화가 디지털 시대 이후의 새로운 포스트디지털 시대를 열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학생 시절 가방에 하나씩 가지고 다녔던 워크맨의 

대명사 아이와·산요·빅타 등 자취를 감췄던 브랜드가 최근 부활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으로 들어갈 것 같았던 매장들도 오히려 바깥세상에 더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은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를 열었고 디지털을 대표하는 애플 또한 세계 주요 도시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넓혀가며 오프라인에서만 제공 가능한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 비중이 늘어 어려움에 빠진 국내 유통업계 또한 이마트 스타필드처럼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린다. 

 

아날로그 직업에 눈을 돌리는 밀레니얼들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신문화를 버리고 작은 동네서점 점장에 자원한 젊은 고학력자가 오히려 

폐쇄된 좁은 공간에서 큰 세상과 소통하는가 하면 바텐더, 이발사, 가구 제작자, 생선가게 주인, 정육점 주인, 맥주 양조자, 책 제본가 등 

사양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전통적 직업을 선택하는 디지털 세대가 속출하고 있다. 

 

/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