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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웹소설계 넷플릭스 '래디쉬' 만든 청년…"아~그 옥스퍼드 한인학생?"

2020.07.22 09:55

190년된 英 옥스퍼드 토론클럽 첫 한인회장으로 이름 알린 이승윤 대표

북미 노린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로 일 매출 1억3600만원 '대박'

 

지난 2012년 국내 매체는 22세 옥스퍼드 한국인 유학생 이승윤 씨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가 전통있는 영국 명문대학으로 유명한 옥스퍼드의 토론클럽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으로 선출된 것.

 

이후 '창업'의 길로 뛰어든 이승윤씨가 최근 미국에서 '웹소설계의 넷플릭스'로 통하는 래디시의 성공으로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디어 혁신'과 '민주화'를 꿈꾸다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

 

이승윤 대표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2012년 그가 옥스퍼드 정치철학경제학부 2학년에 재학했던 시절이다. 대원외국어고등

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 진학한 그는 1823년 설립된 유서 깊은 토론클럽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으로 선출되며 유명해졌다. 

 

당시 일부 매체가 '스튜던트 유니언'(총학생회)과 혼동한 나머지 그가 옥스퍼드 첫 한인 학생회장에 선출됐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히는 

토론클럽의 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같은 해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가수 싸이가 옥스퍼드에서 강연한 배경도 회장이었던 

이 대표의 초청 때문으로 전해진다.

 

스스로 '미디어 혁신'과 '민주화'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지난 2014년,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자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를 공동 창업한 다니엘 튜더와 미디어 스타트업 '바이라인'(Byline)을 창업한다.

 

바이라인은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해 개인화된 신문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이재웅 전 타다 대표와 '집 없는 억만장자'(집을 소유하지 

않고 호텔에서 생활해 붙여진 별명)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

 

당시 바이라인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인터내셔널'의 전화 도청사건을 기사로 다뤘는데, 이 사건의 주요 인물이었던 

영국 언론인 리베카 브룩스와 관련한 기사를 냈고 브룩스 변호인 측으로부터 '기사 삭제' 압박을 받으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바이라인 역시 수익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콘텐츠 생산에 관심이 많은 이 대표는 자연스레 '저널리즘'에서 '웹소설'로 

눈을 돌린다.

 

◇저널리즘에서 '웹소설'로…모바일로 소설 읽는 젊은 세대 주목

 

이 대표는 2016년 미국에서 웹소설 플랫폼 스타트업 '래디쉬미디어'를 창업한다. 최근 카카오페이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760억원을 투자받은 그 회사다.

 

이 대표는 지난 2017년 자신의 블로그(미디엄)를 통해 래디쉬를 소개하며 "2011년은 아마존에서 인쇄된 책보다 전자책으로 많이 

팔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전자책 시장은 침체기를 맞았다"며 "전자책을 즐기는 사람의 60%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전 세계 

수억명의 이용자가 웹소설을 위해 (전자책 기기가 아닌)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모바일 확산속도가 거세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중국 젊은 세대는 모바일을 통해 소설을 읽으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곤 했다. 이 플랫폼에선 독자가 일방적으로 소설 내용을 전달하기보단 독자와 함께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쌍방향' 

소통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이러한 현상이 글로벌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넷플릭스'(영상)와 '스포티파이'(음악)가 독창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모바일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판시장도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2016년 그는 '웹소설계 넷플릭스'를 꿈꾸며 모바일 특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선보인다. 래디쉬의 콘텐츠는 긴 호흡보다는 

웹툰처럼 에피소드 연재 형태로 빠르게 전개된다.

 

래디쉬미디어(래디쉬 운영사)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로워케이스캐피털, 네이버 김상헌 전 대표, 네이버 웹툰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받아 

미국에서 창업했다. '페이스북'과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 그레이록파트너스와 소설 '조이럭클럽' 작가 에이미 탄 

등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래디쉬의 올 상반기 일 매출은 1억3600만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일 매출 530만원과 비교해 25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월 매출은 약 30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월 매출 1억5000만원 대비 20배 이상 컸다.

 

◇6년간 창업 시행착오로 배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끈기와 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바이라인 창업 경험은 래디쉬가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이 대표는 블로그에서 "미디어의 수익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했던 바이라인은 작가(기자)의 경제적 자립심을 키우고자 했다. (바이라인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지불 DNA는 

래디쉬에 남아있다"고 했다.

 

래디쉬는 광고수익이 아닌 유료 콘텐츠 판매수익을 5대5로 나눠 신인 작가에게도 공정하게 수익을 나눠줬다. 초기 신인 작가들이 플랫폼에 

대거 합류한 배경이다. 회사는 인디작가를 위한 연재 플랫폼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플랫폼으로 시선을 돌렸다.

 

래디쉬 오리지널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집단 창작방식'을 채택해 속도감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 수급이 가능하다. 오리지널 제작팀은 

방송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수상작가로 구성됐다.

 

래디쉬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도 제작에 참여,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연재 방향을 설정해 나간다. 작가진의 집단 창의력, 데이터 전문가의 

인사이트와 독자의 피드백이 한데 어우러져 창작해 나가는 셈이다.

 

업계는 이 대표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창업에 대한 열망을 래디쉬를 성공시킨 주요 요소로 꼽는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국내·외 언론사에 의견을 기고했을 만큼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며 

"첫 회사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취업이 아닌 창업의 꿈을 놓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사의 러브콜도 마다하고 국내·외 창업자, 

투자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회사를 키워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투자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3살 대학 졸업 후 첫 창업을 하고 현재까지) 6년간의 시행착오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면 '끈기'와 '팀'"이라며 "열심히 전력을 다해 올인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꾸준히 버티는 것이고, 

이 인내는 현재 같이 일하는 팀원들을 만나기 위했던 기다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07-19 07:34 송고 | 2020-07-19 10:09 최종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