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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볼래, 전자책 볼래…질문부터 틀렸다"

2019.09.18 10:09

"전자책은 종이책 `보완재`

두 매체의 독서, 함께 커야"


"독서 형태 영원불변 아냐···

시집 낭독회·신간 북콘서트

오디오북 들어도 독서 이해

책 정의 확장해 접근 필요해"

 

달달 외워야 `책을 읽었다`고 표현하던 시대가 있었다. 정독해야 하니 완독(完讀)은 불가피했다. 서영택 밀리의 서재 대표(53)는 "독서에 `영원한` 

형식이란 없다"고 단언한다. "과거엔 독서를 `암기`로 인식했다.

이젠 건너뛰며 보고 몇 장 읽다 덮어도 독서다. 출퇴근길에 오디오북을 이어폰으로 듣거나 책 내용을 요약한 유튜브 영상을 서너 분 시청하거나 

북콘서트 내지 낭독회만 다녀오고 책은 안 봐도 사람들은 확신한다. `그 책, 나도 읽었다`고…. 시대와 호흡하며 정의가 바뀌니, 독서의 형태도 변한다. 

책이 지닌 전통적인 범위를 확장해야 생존 가능하다." `출판 생태계의 현재와 변화방향`을 주제로, 지난달 31일 서울 퇴계로에서 열린 `영 리더스 포럼`

에서 강연한 서영택 대표를 만났다. `출판계의 넷플릭스`란 수사(修辭)는 서 대표가 2016년 창업한 밀리의 서재가 소개될 때마다 따라붙는 명징한 

별칭인데, `월 정액 9900원`으로 5만권(2019년 9월 기준)의 책을 아무런 제한도 없이 빌려보는 결제 방식은 출판계 `구독 경제`의 신호탄으로 떠오르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서 대표는 웅진씽크빅 대표 시절 

적자였던 회사를 영업이익 400억원대의 흑자로 전환시킨 경영인이다. 이날 서 대표는 출판시장에서의 전자책 위치를 진단하며 `미래의 책`을 예견했다.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전자책을 정의(定義)하라는 주문부터 나왔다.

 

"종이책과 전자책 중 선호도를 물으면, 10년 전엔 전자책이 50%였지만 지금은 5%에 불과하다. 전자책의 완패다. 저는 달리 생각한다. 선택을 추궁하는 

질문의 전제가 틀렸다. 전자책을 종이책의 대체제로 본다면 완패를 인정하겠지만 보완재로 바라보면 시장의 규모가 달라져서다."

 

전자책의 `파생 장르`라 할 오디오북을 볼까. 문자 해독 없이 귀로 흘려듣는 독서는 엄연히 종이책의 보완재다.

 

"2018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발표된 오디오북 데이터를 보면, 전년 대비 미국은 34%(매출 기준), 일본은 30%, 이탈리아는 81%(이상 판매부수 

기준) 성장했다. 목사님 설교 카세트 테이프 말고는 `없는 시장`에 가까운 한국 오디오북 시장의 변화가 전자책의 성패에 영향을 끼치리라 본다."

 

`돈 내는 습관`도 성패의 바로미터다. 조건은 두 가지란다. `돈을 내고 살 가치가 있느냐`와 `돈을 내는 습관이 형성돼 있느냐`다. 출시 23년 차인 최장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의 유료화 성공 사례를 서 대표는 되짚었다.

 

"수만 원에 달하는 이용료를 `바람의 나라` 접속자들은 저항감 없이 냈다. 두 조건을 충족시켜서였다. 전용선 서비스를 도입해 최대 월 100만원에 달하던 

전화요금을 줄여버렸고, 이 경험은 온라인 게임에 비용을 지불하는 습관을 형성했다. 콘텐츠 소비는 시간의 소비와 동의어이며, 소비자는 편리함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전자책 유료화도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교보문고나 예스24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주요 타깃은 1년에 책을 3권 이상 구매하는 `대한민국의 5%`라고 서 대표는 봤다. "총인구수 대비 300

만명 이하 독자가 전체 판매량의 90%를 사들인다. 1년에 1~2권을 구매하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65%, 나머지 30%는 책 구매와 거리가 멀다. 65%에 

달하는 `일반` 대중이 출판시장의 향배를 가르므로, 전자책의 핵심 타깃이 이들이 돼야 마땅하다. 5%의 독자로는 베스트셀러가 나오기 어렵고, 65% 

가운데 몇만 명이 책을 사느냐가 베스트셀러의 기준을 가르는 시대가 온다."

 

독서의 가치가 바뀐다는 대목은 이쯤 나왔다. "영화 `광해`는 1000만명이 봤지만 후발주자로 출간된 책은 5만부도 안 팔렸다. 995만명은 이렇게 

생각했겠다. `영화라는 형식으로 이미 해당 콘텐츠를 소비했다`고 말이다. 이미 소비한 콘텐츠에 굳이 지불 욕구를 못 느껴야 자연스럽다. 출판사들은 

`책`의 범위를 넓혀야 산다. 트레바리처럼 책을 중심으로 관계를 제공하는 서비스, 도서 관련 음악이나 영화, 북카페나 낭독회 등 모임이 곧 `독서`로 

인식되는 모습은 엄연한 사실이다."

 

출판시장 악순환 고리도 말미에 지적됐다. `출판사가 하는 일이 뭐야`라며 작가는 불만인데 출판사는 `공급률이 낮다`며 비명을 지르고 유통사는 

`공짜 배송에 마일리지까지 남는 게 없다`고 울상이지만 정작 최종 소비자는 이렇게 말하며 분노한다는 것. `아니, 책값이 왜 이렇게 비싸?` 

서영택 대표는 이어 말했다.

 

 "상품이 직선으로만 이동하는 유통 채널을 리니어 마켓(linear market)이라 부르는데, 이런 직선 구조는 모두 불만이다. 한국 출판시장은 리니어 마켓에 

직면한 지 오래였고, 변화도 없었다. 리니어 마켓으로서의 지금 출판시장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다. 전자책이 대안이 될까. 영원한 건 없다."

 

김유태 기자입력 : 2019.09.15 16:57:49   수정 : 2019.09.16 09: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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