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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처럼 ‘귀로 읽는 책’…디지털시대 新독서법

2019.06.27 18:15

현대인의 독서 형태가 ‘읽는 책’에서 ‘듣는 책’으로 바뀌고 있다. 대화를 통해 사용자의 지시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 스피커의 

대중화와 더불어 오디오북(소설, 교양서적, 동화 등을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콘텐츠)의 사용량도 함께 늘어나면서다. 활자를 

눈으로 읽는 것만이 ‘독서’라는 생각은 버릴 때가 왔다. 

 

◆책도 듣는 시대…오디오북의 성장세

 

최근 오디오북 시장은 커지고 있다. 전자책 분석 전문 사이트 ‘굿이리더(GoodEReader)닷컴’에 따르면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2013년 20억달러에서 2016년 35억달러로 연평균 20.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쇄도서 시장이 1.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디오북 경쟁이 치열하다. 아마존은 2008년 오디오북 제작업체 오더블(Audible)을 인수한 뒤 오디오북 

서비스 ‘아마존 오더블’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나 출판사가 책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낭독자가 오디오북 샘플을 만들어 올리고 

출판사는 좋은 낭독자를 골라 계약하는 방식이다. 

 

이에 맞서 구글은 올 1월부터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통해 오디오북 서비스 ‘구글 플레이 북스’를 운영한다. 구글은 직접 

오디오북을 제작하지 않지만,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가 골라 듣도록 별도 세부 목차를 제공한다. 이처럼 출판 시장에 

IT업체들이 뛰어든 것은 오디오북 성장세가 AI 스피커 확산과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 집에서는 AI 스피커로 

오디오북을 접하는 이용자가 많다.

 

오디오북의 장점은 ‘멀티태스킹 독서’다. 조용히 혼자서 종이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라디오처럼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미국 오디오출판협회가 2017년 6월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다른 일을 같이할 수 있는 점을 오디오북 이용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오디오북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콘퍼런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1949년부터 시작된 유서깊은 도서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디오북은 전자책 판매를 압도하기도 했다. 공상과학소설 작가 존 스칼지는 주인공의 성별을 모호하게 표현한 최신작 ‘록인

(Lock In)’ 오디오북을 남성과 여성 두 명의 내레이터가 읽었다. 2014년 출간 뒤 종이책은 2만2천500부, 전자책 2만4천부, 

오디오북은 4만1천부 팔렸다.

 

아마존에는 없고 오더블에만 있는 책도 늘어났다. 베스트셀러 ‘5초의 법칙’ 저자 멜 로빈스의 책은 오디오북 판매량이 종이책의 

4배에 이르자, 지난해 5월 펴낸 최신작 ‘킥애스 위드 멜 로빈스’를 오디오북만으로 만들었다.

 

◆달아오르는 오디오북 시장…청각 문화일까, 책일까

 

국내에서도 오디오북 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최대 월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는 배우 이병헌의 목소리로 녹음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리딩북(오디오북)이 오픈한 지 일주일 만에 1만5천명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자사 모델로 발탁한 데 이어 자사 서비스인 리딩북도 제작했다. 

 

리딩북은 눈으로만 보는 전자책과 귀로만 듣는 오디오북에서 나아가 눈으로 읽으면서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리딩북은 

밀리의 서재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독특한 서비스로 다양한 리더(Reader)들이 어려운 책을 30분 내외로 쉽게 해설하고 짧게 읽어준다.

 

국내 최대 오디오북 제작·유통업체 오디언소리(서비스명 오디언)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현재 오디오북 유료이용 회원 수는 

35만1천428명으로 전년 동기(7만4천552명) 대비 377% 늘었다. 오디오소리는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권 이상의 오디오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오디오북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출판사들에 

제작비 지원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출판업계도 오디오북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미 출간된 서적을 오디오북으로 만들거나, 무려 12명의 성우가 녹음에 참여한 오디오

북을 제작한 출판사도 있다. 고전·역사 분야 출간 도서들에 저자의 강의나 해설 등 오디오 콘텐츠를 탑재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책도 

출시될 예정이다.

 

오디오북 시장은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디오북이 어떻게 될지는 지금 어떻게 가꾸느냐에 달렸다.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오디오북은 첨단 기술 중 하나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어학 콘텐츠와 팟캐스트와 함께 있다. 듣는 문화 

속에 오디오북이 설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일반 창작자들도 오디오북을 자유롭게 올리고 파는 오픈 플랫폼으로 정식 출시되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 글자를 읽지 않고, 음성을 듣기만 해도 과연 진짜 독서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