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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눈으로 읽니? 난 귀로 읽어! “이젠 귀에 양보하세요” 오디오북 열풍

2019.04.17 17:34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컬럼비아대 강연에서 “당신처럼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가방에서 책과 신문을 한가득 꺼내놓으며 

이렇게 답했다. “매일 500쪽씩 읽으세요. 그것이 지식이 작동하는 방식이며, 시간이 갈수록 복리이자처럼 쌓이게 됩니다. 모두가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안 하는 방법이죠.”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워런 버핏처럼 하루에 몇 시간씩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우리는 출근도 하고 애도 보고 데이트

도 해야 하므로. 그럴 때는 들으면 된다. 시각의 활용은 제한적이지만 청각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심지어 잠자리에서도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AI 스피커의 보급으로 오디오북이 책의 새로운 소비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오디오북은 전문 성우나 저자가 직접 책을 낭독해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 중인 오디오북은 2429종으로 전년 대비 418% 폭풍 성장

했다. 업계는 올 한 해 오디오북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귀로 읽는 책, 오디오북은 이미 전자책을 넘어섰다. 출판

업계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IT 업체들이 오디오 콘텐츠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성장세는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네이버·교보, 오디오북 잡아라  

 

▷밀리의서재·윌라 구독형 서비스 인기 

 

오디오북 열풍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큰 책 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오디오북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콘퍼

런스가 개최됐다. 1949년 도서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 생긴 변화였다. 같은 해 1월에는 구글이 오디오북 서비스 ‘구글 플레이북’을 45개국에 선보

이며 오디오북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도시 간 이동 거리가 멀고 차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미국에서는 운전 중에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 일상

화된 풍경이다. 미국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28억달러(약 3조1783억원)로 전체 출판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독서 강국’ 일본의 오디오북 사랑도 남다르다. 대표적인 오디오북 사이트 오디오북닷제이피(audiobook.jp)는 회원 수가 2014년 4월 10만명에서 

2017년 3월 20만명, 2018 1월 30만명으로 급증했다. 일본에서 발간된 오디오북은 2만3000종에 달한다. 최근에는 종이책 없이 아예 오디오북만 

출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오디오북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최초 오디오북 전문업체 오디언소리에 따르면 2018 상반기 기준 국내 오디오북 유료 

이용 회원 수는 3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 가까이 증가했다. 오디언소리 관계자는 “오디오북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독자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책과 음악 시장은 다르지만 책도 결국에는 스트리밍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네이버가 2017년 5월 KTB네트워크와 함께 300억원 규모의 오디오 콘텐츠 펀드를 만들면서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해 오디오

클립을 통해 오디오북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한편 출판사를 대상으로 오디오북 제작비 지원, 녹음 스튜디오 무료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는 소설 270종, 시·에세이 240종 등 1500여종의 오디오북이 구매와 대여 형태로 서비스된다. 

 

전자책 사업에 공을 들여온 교보문고는 자체 제작 오디오북의 출간을 늘려가고 있다. 출판사 미메시스와 함께 전문배우들이 낭독한 오디오북 ‘낭만서점 

낭독극장’을 제작한 데 이어 원스토어와 공동 제작 투자를 통해 매월 10종 이상의 오디오북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방식은 월 회비를 내면 무제한으로 이용이 가능한 회원제 서비스다. 밀리의서재는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이 직접 읽어주는 ‘리딩북’ 

서비스로 화제를 모았다. 이병헌이 낭독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오디오북은 판매 1주일 만에 1만5000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이 출시한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Welaaa)’는 완독형 오디오북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월 1만4300원을 내면 윌라가 

제공하는 오디오북과 강연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데, 적잖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회원 수가 매월 빠르게 늘고 있다.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는 “오디오북은 모바일 기기와 영상 미디어에 익숙한 2030세대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간편한 독서·디지털 디톡스로 각광 

 

▷부족한 콘텐츠와 저작권 논란은 걸림돌 

 

오디오북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늘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간편함이다. 수백 권의 종이책을 전자책에 담아 갖고 다닐 수도 있지만 이북 리더기 

없이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반면 오디오북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책상 앞에 앉지 않아도 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 

 

눈이 혹사당하는 현대인들은 눈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들을 때 집중도가 더 높아지기도 한다. 책을 눈으로 볼 때나 귀로 들을 때 모두 뇌의 처리 

과정은 같다. 좋아하는 배우나 전문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다면 더욱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흡수할 수 있다. 과도한 시각적 자극에 지친 이용자들이 

청각 콘텐츠로 회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기기와 거리를 두는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 움직임의 하나라는 것. 오디오는 비디오보다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소비 시장이 겹치지 않아 확장성이 뛰어나다. 

 

물론 오디오북이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콘텐츠 부족이다. 최근 독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종이책과 비교하면 매우 한정적이다. 대다수 오디오북이 

완독본이 아닌 요약본으로 출시되는 것도 한계다. 이에 콘텐츠 질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에는 출간 기획 과정에서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거나 베스트셀러를 오디오북으로 재출간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콘텐츠 부족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작권 분쟁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오디오북 서비스는 전자책의 TTS(문자음성 자동 변환) 기능을 활용하는데, 부자연스러운 기계음이 

거슬릴뿐더러 저작권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저작권을 따로따로 구분하는 미국과 달리 아직 시장 형성 단계인 

국내에서는 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 이화진 윌라 오디오북 총괄부장>

 

AI스피커 킬러 콘텐츠로…완독본 오디오북이 대세 

 

지식 콘텐츠 기업 인플루엔셜이 서비스하는 ‘윌라’는 국내 최대 오디오북 플랫폼을 표방한다. 현재 1000여종 이상의 오디오북을 서비스 중인데, 

국내 업체 가운데 완독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윌라의 오디오북 사업을 총괄하는 이화진 부장에게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물었다. 

 

Q.오디오북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은. 

 

A 청각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출판 콘텐츠와는 확연히 다른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AI 스피커와 커넥티드카 등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오디오북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오디오북은 이들 새로운 플랫폼의 ‘킬러 콘텐츠’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Q.완독본 오디오북에 집중하는 이유는. 

 

A 많은 비용 때문에 책의 핵심 내용만 정리한 요약본 위주로 오디오북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요약본으로는 한계가 있다. 

윌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디오북의 기준을 정립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신간 출간과 동시에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동시 출간이 대세가 될 

것이다. QR코드를 넣은 카드형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의 오디오북을 선보일 계획이다. 

 

Q.향후 국내 오디오북 시장 전망은. 

 

A 침체된 출판 시장의 활로가 될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고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 TTS는 어색하고 

사람이 직접 녹음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인데, 30분 정도만 사람이 읽으면 발음을 추출해 전체를 사람 목소리로 읽어주는 

등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비용 문제는 차차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기사입력 2019.04.15 09:33:04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2019.04.10~2019.04.1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