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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라라! `분권 마케팅` 바람

2018.10.18 09:57

최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는 `싱글즈`라는 코너가 새로 생겼다. 단돈 500원, 1000원짜리 전자책을 파는 코너다. 파격적인 가격의 비결은 책을 

챕터별로 잘라서 파는 것이다. `싱글즈`에서 정재승 KAIST 교수의 베스트셀러 `열두 발자국`은 챕터당 1000원에 읽을 수 있다.

은유 작가가 쓴 `출판하는 마음`, 노회찬·유시민·진중권의 `생각해봤어?`, 박지원의 `아이돌을 인문하다` 등이 이 코너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계에 분권(分卷)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분권은 웹툰·웹소설 시장에서 활발하게 쓰는 마케팅 방식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오늘만 무료`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해 독자를 유혹하고, 챕터당 100원의 저가로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네이버도 최근 웹툰·웹소설을 

챕터별로 과금하는 전면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시리즈` 서비스를 론칭했다. 경쟁사를 벤치마킹한 콘텐츠 서비스다. 여기에 온라인 서점 `빅3`인 

알라딘까지 분권 서비스에 뛰어든 것이다. 

 

알라딘은 "`싱글즈`는 책보다는 짧은 90쪽 이내의 읽을거리를 선보이는 서비스다. 챕터별 완결성이 있는 책은 분권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권된 책은 장점이 많다. 책 한 권을 통째로 구입하지 않아도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읽을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예를 들어 알라딘에서 

`아이돌을 인문하다`는 워너원편, 트와이스편, 방탄소년단편을 각각 2500원에 나눠판다. `싱글즈`에서는 `반가운 살인자` `유령 버니` 등의 

단편소설 한 편을 2900원에 팔기도 한다. 저렴한 가격은 출간의 문턱을 낮추고, 독자의 지갑도 쉽게 연다. 책의 형태를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전자책의 장점을 활용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종이책 시장에도 실험은 진행 중이다. 문학과지성사는 8월 말 단돈 3500원짜리 소설집 `소설 보다`를 선보였다. 매 계절 `이달의 소설`을 

한 편씩 뽑아 앤솔러지로 엮어 1년에 4권씩 출간하는 단행본 시리즈다. 첫 번째 책인 `봄-여름 2018`편은 조남주·정지돈·김혜진·김봉곤의 

단편을 실었다. 

 

문학과지성사는 "계절의 리듬에 따라 젊은 작가들의 수작을 좀 더 빠르게 전하며, 좀 더 많은 독자와 함께 한국 문학의 현재를 호흡하고자 

휴대하기 쉬운 문고본 판형과 접근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선보인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출판계의 전반적인 `다운사이징`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문고본이 새롭게 유행하면서 문학출판사마다 앞다퉈 1만원 안팎의 `신(新)문고본`을 

펴내고 있다. 현대문학은 새로운 소설·시인선 `핀 시리즈`를 선보였다. 판형부터 가로 10㎝, 세로 18㎝로 기존 문고본보다 작다. 

분량도 시인선은 20편 안팎의 시를 싣고, 소설도 중편 분량을 한 권으로 묶어내고 있다. `가성비`가 먹히던 과거와 달리 `작고 예쁜 책`이 인기를 

얻으면서 중편이나 단편소설 1~2편만 묶은 책도 경쟁력을 얻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김슬기 기자]